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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아버지의 상처를 본 아들은 녹음기를 부착했다, 그랬더니

by 뀨신 2020. 6. 11.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A(33)씨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씻겨드리려 옷을 벗겼다가 아버지의 왼쪽 엉덩이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피멍을 발견했다.

목에는 수차례 손톱에 찍힌 자국이 있었고, 허벅지는 날카로운 것에 긁혀 10㎝정도 피가 맺혀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A씨의 아버지는 매일 사설 노인보호센터 차량을 타고 센터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 시간 집으로 돌아온다. 센터에 물어봤지만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아버지 몸에 소형 녹음기를 부착하고, 며칠 뒤 다시 센터에 아버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녹음기에서는 끔찍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한테 쥐어 터지고 일주일 만에 나왔어. 쥐어 터졌더니 좀 사람이 돼서 왔네.” (노인보호센터 관계자1)
“좀 순해지긴 한 것 같네.”(노인보호센터 관계자2)

68세인 A씨의 아버지를 두고, 센터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의 일부다.

‘자녀의 마음으로 모신다’는 센터 문구, 믿었는데…

A씨의 아버지는 2013년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도인지장애를 앓기 시작해

1년 뒤 알츠하이머성 치매 판정을 받았다.

증상이 심해진 재작년부터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져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달 14일, A씨는 어머니와의 상의 끝에 아버지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노인복지시설 B보호센터에 보내 드리기로 했다.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A씨는 “어머니와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실 것 같아서

전문 요양사와 함께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센터를 찾게 됐다”며 “‘자녀의 마음으로 모신다’고

적혀 있는 이 센터 홈페이지 문구를 보고 믿음이 갔다”고 했다.

실제 B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프로그램 계획서에는

‘척추건강체조’ ‘그림교실’ ‘노래교실’ ‘맨손체조’ 등 다양한 활동이 적혀 있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가족의 건강한 웃음을 위해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말 못 하는 아버지 엉덩이엔 피멍, 목·종아리엔 피맺힘

A씨가 아버지의 몸 상태에 이상함을 느낀 건 지난 1일 저녁이었다.

A씨의 어머니는 “센터에 다녀 오더니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닥에 누워만 있다”고 다급하게 A씨를 찾았다.

A씨는 검사를 위해 이날 저녁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아버지를 모셨고

CT MRI 검사를 받은 뒤 ‘뇌에 이상이 없다’는 의사 답변을 들었다.

/독자제공

하지만 의구심은 끊이질 않았다. 아버지의 목 부위에서 손톱으로 찍힌 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센터에 전화를 하자 “샤워를 시키려고 하는데 저항을 해서 목을 잡다가 상처가 났다.

다른 일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이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학대 당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다음날까지 아버지가 식사도 하지 못해 속이 탔지만, 그저 병이 악화된 줄만 알았다”고 했다.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부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아버지는 ‘아프다’고 말하는 듯 자신의 둔부를 문질렀고

A씨는 아버지의 왼쪽 엉덩이에서 성인 손바닥 2개 크기의 피멍을 발견했다.

오른쪽 종아리엔 날카로운 것으로 긁힌 듯 피가 맺혀 있었다.

A씨는 “멍 자국은 시간이 지나야 시퍼렇게 물들기 때문에, 첫 날엔 발견을 못했다”고 했다.

황급히 찾은 집 근처 정형외과에선 ‘좌측 골반 타박상’ 진단을 받았고

발견하지 못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독자제공

‘설마’ 싶었는데…녹음기엔 “쥐어 터지더니 순해졌다”

A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했다”고 한다.

A씨가 소형 녹음기를 옷 소매에 달아, 아버지를 또다시 센터에 보낸 건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8시간 남짓한 녹음 파일엔 끔찍한 음성이 녹음돼 있었다.

센터 관계자들은 A씨의 아버지를 앞에 두고 들으라는 듯 자신들이 저지른 폭행을 언급했고

“쥐어 터지더니 사람이 돼서 왔다” “(맞고 나서야) 순해졌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A씨는 “말도 못 하는 아버지가 그간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생각하면 피눈물이 난다”며

“이런 경우 불구속 기소 처분이 되고 벌금형에서 끝난다고 하던데

자식된 도리로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답답해 숨을 쉴 수 없다”고 했다.

아버지가 학대 당한 사실이 알려진 후, 어머니는 앓아 누웠다.

A씨는 11일 오후 경기 분당경찰서에 이 센터를 폭행 혐의로 조사해 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센터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고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센터 차원에서 진상 파악을 한 뒤 다시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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