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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뉴스

네이버·카카오 스톡옵션 대박… 직원들 수억씩 챙긴다

by 뀨신 2020. 5. 30.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회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7억7000만달러(약 9500억원)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스톡옵션' 덕분이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기 회사 주식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싸게 매입해 주식시장에서 팔면 그만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스톡옵션 '대박 회사'가 나타났다.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를 대표하는 두 회사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은 표정 관리하기에 바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21%, 72% 올랐다.

기대도 안 했던 주가 급등

카카오는 지난 2017~2018년 대표·임원에게 스톡옵션 22만주를 줬다.

그런데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주가가 50% 올라야 스톡옵션 일부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데 그것도 수년에 걸쳐 가능했다.

한꺼번에 스톡옵션 전부를 주식으로 바꾸려면 주가가 100% 넘게 올라야 했다.

스톡옵션을 받을 때 카카오 주가는 8만~12만원 수준이었는데 주가가 20만원 넘어야 '대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카카오 내부에선 '최소 5년 동안 스톡옵션으로 돈 벌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한두 달 사이 상황이 반전됐다.

오랜 기간 10만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 7일 20만원을 돌파했고, 29일 26만3500원까지 올랐다.

덕분에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각각 주식 4만주와 3만주를 8만원대에 살 수 있게 됐다.

본지가 28일 카카오 종가(26만7000원)를 기준으로

두 대표가 가진 스톡옵션 전부를 주식으로 바꾼다고 가정했을 때 시세 차익은 각각 173억원과 154억원이었다.

조 대표의 경우 연봉(21억4900만원·지난해 기준)의 7배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에서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은 1200명이 넘는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한 전체 시세 차익은 약 3800억원이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직원 중 억대 시세 차익을 얻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0억원 넘는 시세 차익을 기록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네이버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2~3월에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임원 등 핵심 인력에게 준 스톡옵션의 경우 '10일 연속 주가가 19만2000원 이상 기록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네이버 주가도 2년 전까지 12만~13만원 선이어서 '10일 연속 19만2000원' 실현 여부는 상당히 불투명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회사 내부에서는

"수만~수십만주 스톡옵션 받아봐야 주가 안 오르면 휴지 조각일 뿐"이라는 말이 나왔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달 24일 19만2000원을 돌파했고, 지금은 20만원을 넘었다.

스톡옵션을 당장 주식으로 바꿀 순 없지만,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성숙 대표는 43억원,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21억원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채선주 부사장은 28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 3월 현재 네이버는 임직원 3276명이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시세 차익은 2260억원이다.

"회사 구성원과 과실 나누자"

IT 업계에서는 "창업 20년이 넘은 네이버와 10년이 넘은 카카오가 여전히 직원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국내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한다.

국내 게임 업체 중에서도 대표 등 임원을 제외하면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배경에는 네이버·카카오가 창업 초기부터

"회사 구성원에게 과실을 바로 나눠야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기업 철학이 있다.

네이버의 경우 스톡옵션 외에도 최근 자사주를 사는 임직원에게 6개월 뒤 일정 현금을 지원하는

'자사주 리워드(보상) 프로그램'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연 최대 2000만원의 주식 매입에 대해 회사가 1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직급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과거처럼 '회사가 먼저'라는 생각보다 성과 공유로 직원에게 동기를 유발할 수 있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해진 시대"라고 말했다.

☞스톡옵션(Stock option)

기업이 임직원에게 정해진 수량의 자기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도록 주는 권리.

주식매수청구권으로도 불린다. 스타트업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이 임직원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하기 위해 준다.

현재 주가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수록 차익이 크다.

[최인준 기자 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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