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 영상을 보시죠. 유명 갈비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형 지점 직원에게서 제보를 받은 영상입니다.
상태가 변해서 폐기 처분해야 하는 고기를, 눈속임을 위해서 소주에 씻고 새 양념에 버무려
손님의 상에 올려 왔다는 내용입니다.
직원들은 이 과정을 "고기를 빨아서 쓴다"고 표현했습니다.
먼저 임지수 기자입니다.
[임지수 기자]
경기도의 한 유명 갈빗집 주방입니다.
끈적해진 양념에서 고기를 건져 올려 새로 만든 양념에 헹구고 있습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직원 간 대화 (지난 1월) : (버려야지 이건?) 몰라. 여기 맨날 헹궈서 썼어.]
직원들은 이 과정을 '빨아 쓴다'고 부릅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직원 간 대화 (지난 1월) : 일단 과장님이 빨라니까 빨아야지.]
상태가 안 좋은 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소주로 씻고, 새 양념으로 버무리는 겁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직원 : 이상한 고기들은 (고기가) 흐물, 흐물, 흐물 녹아요. 탱탱한 게 없어지면서.]
[해당 프랜차이즈 전 직원 : 그런 고기가 발생되면 담당 직원이 바로바로 빨아버리죠. 새 고기랑 섞어서.]
직원들은 "손님이 몰릴 때 따뜻한 물로 고기를 급하게 해동한 뒤
남은 고기를 상온에 오래 뒀기 때문에 고기 상태가 변했다"고 말합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현 직원 : 주방 안쪽이나 이런 데는 열기가 많잖아요? 상하는 팩들이 생기는 거고.]
문제의 고기들을 굽는 일은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 맡겨졌다고 합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현 직원 : 몇 번 테이블 고기 이상하니까 과장이 붙어서 해
눈치 봐가면서 빨리빨리 구울 수 있는 직원들이 (굽죠.)]
다른 고깃집 관계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문제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A씨/다른 고깃집 대표 : 어우, 소름끼쳤다. 팔면 안 되죠. 시큼한 냄새가 날 텐데? (원래) 이렇게 국물이 떨어져야 돼.]
[B씨/다른 고깃집 직원 : 음식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거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거죠.]
[C씨/다른 고깃집 대표 : (보통 어떻게 처리하세요?) 버려야죠, 어떻게 합니까?]
해당 프랜차이즈에 고기를 납품하는 공장에서도 팔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합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고기 공급 업체 관계자 : 양념에 고기를 재면 고기가 착 빨아들여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뱉는다고 해야 되나요? 고기에서 쫙 빠져요.
(그럼) 이런 끈적거림이 생기거든요. 이렇게 되기 전에 판매가 됐어야죠.]
직원들은 "윗선의 눈치가 보여 상태가 나빠진 고기를 버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전 직원 : (점장님이) '괜찮은데 팔지?' 그래서 '이거 어떻게 팔아요? 상한 고기인데?'
그러니까 저한테 '안 팔면 이거 어떡하냐'고 화도 내시고 했는데.]
고기를 버리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을 보고서로 써야 하는 부담도 크다고 합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당시 점장 : 당시에는 제가 지시를 했어요. '이거 이렇게 해서 별 문제없을 거 같으니까 팔아라.
이런 거 때문에 또 본사에 보고하는 게 내가 심적으로 참 많이 부담스럽다.']
해당 프랜차이즈 측은 "지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며, 폐기처분했어야 한다"며 일부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문제를 파악한 뒤 직원들을 교육하고 냉장 시설도 보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 불안한 '온수 해동'…실험해봤더니 '세균 200배'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따뜻한 물에 해동을 한 고기를 상온에 놓아두면 어떤 위험성이 있을까요.
저희가 전문 업체에 의뢰해서 실험을 해보니, 냉장 해동을 할 때보다 일반 세균이 200배 넘게 나왔습니다.
이어서 최재원 기자입니다.
[최재원 기자]
따뜻한 물에서 10분 해동한 뒤 3시간 상온에 둔 양념갈비, 그리고 15시간 냉장 해동한 양념갈비입니다.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는 일반 세균의 경우, 냉장 해동고기에선 1g당 170마리(cfu)
온수 해동고기에선 200배가 넘는 3만6000마리(cfu)가 검출됐습니다.
냉장 해동 시엔 전혀 보이지 않던 대장균군도 온수 해동한 고기에선 20마리(cfu)가 나왔습니다.
4℃에서 60℃ 사이에서 세균 증식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이학태/녹색식품안전연구원장 : 일반세균하고 대장균군 자체가 높다라는 거는요.
아무래도 나쁜 균도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성 미생물이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식중독균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냉장 해동을 하라고 권고합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해당 갈비 프랜차이즈 내부 공문에서도
"35℃ 이상 시 식중독균이 4~7시간 만에 1만 배로 증가한다"고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방 내부 사정은 소비자들이 쉽게 알 길이 없습니다.
지자체가 위생점검을 하지만 유통기한이나 냉장 시설을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관할 지자체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해당 프랜차이즈 지점을 '모범 음식점'으로 지정해왔습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관할 지자체 관계자 : (모범음식점) 지정된 곳은 2년 동안
별다른 사항 없으면 (위생) 지도 점검 안 하게 됩니다. 여기가 위생이든 안전이든 준수하고 있다고 보고…]
모범음식점 선정 기준을 확인해 보니, 식재료 위생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는 항목은 없습니다.
[해당 프랜차이즈 현 직원 : (점검 나와서) 고기 상태를 본 사람은 한 번도 못 봤어요 제가.]
만약 지자체가 이런 사례를 적발한다 해도 처분은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30만 원에 그칩니다.
(영상디자인 : 송민지 김정은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김승희·최서인)
임지수 기자 (yim.jisoo@jtbc.co.kr);최재원 기자 (choi.jaewon@jtbc.co.kr) [영상취재: 이주원,공영수 / 영상편집: 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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